[ 끝없이 물어라. “왜?” ]
-자기 성찰의 연속, 내 안에 답 있다-
병사로 군에 다녀오신 분들은 전역하는 날의 기분을 아실 겁니다. 2년 동안 제대하는 날짜만 손꼽아 달려오는데, 막상 전역 신고하고 위병소 밖에 나가면 좋기도 하지만 걱정, 불안, 고민되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 딱 그렇네요. 2010년 2월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한 이후 6년 동안 오직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왔고, 우여곡절 끝에 꿈을 이루고 나니까 만감이 교차합니다.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독하게 문을 두드리니 한 번은 열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여러 감정과 경험들을 여러분께 공유하려 합니다.
아나운서가 되는 길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연속입니다. 따라서 합격의 비법을 남보다는 자신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수많은 직업 중에 왜 아나운서인지, 수많은 방송국 중에 왜 그곳인지,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 왜 그것인지, 수많은 지원자 중에 왜 나여야만 하는지, 그런데 나는 이번에 왜 떨어졌는지.’ 수없이 자문해야겠죠.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그걸 되뇌이며 답이 바뀌어가고, 그 고민이 쌓여갈수록 점점 꿈에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6년간 크고 작은 아나운서 관련 지원서만 120장 정도 썼을 겁니다. 서류에서만 수십 번 탈락한 걸 포함해 100번 넘게 떨어지면서 끝없이 나 자신을 되돌아본 결과 운좋게 지상파 최종 면접에 3번 올라갔습니다. 그 중 탈락했던 2가지 경험만 예시로 들겠습니다.
2012년 광주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한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SBS 공채가 떴습니다. 지역 지상파의 정규직 아나운서라는 과분한 자리였고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고민했지만, 너무나 간절했기에 지원했습니다. 이후 극에 달한 간절함은 최종 면접에서 폭발했습니다. “저 이것도 했고요, 저것도 했고요. 이것도 잘하고요. 저것도 잘하고요. 이것도 하고 싶고요. 저것도 하고 싶고요.” 1박 2일간 진행된 합숙 면접 내내 저의 모든 걸 쏟아부었습니다. 결과는 탈락. ‘왜 떨어졌을까.’ 끝없이 되뇌였고, 엉뚱했던 몇몇 답변 생각에 이불킥도 힘차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죠. 간절함을 절제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면접관이었어도 부담스러웠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2013년 MBC 공채가 떴습니다. 이번엔 모든 걸 보여주기보다는 핵심만 짚자고 다짐했습니다. 최종 면접에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면접관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로트, 댄스, 중계 등을 과한 액션으로 했고, 분위기는 제게 집중됐습니다. 웃음도 터져나왔습니다. 결과는 탈락. 이때는 탈락 요인을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과유불급이었죠. SBS 면접에서처럼 제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진 않았지만, 역시나 과하긴 과했습니다. 웃음을 유발하지 않고 강요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진짜 위의 이유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떨어졌는지 저는 아직도 모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일 뿐입니다. 오래 걸리든 짧게 걸리든 패인을 분석해서 다음 면접에 적용해왔습니다. 이번 2016 MBC 공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제가 가진 저만의 키워드들을 다 꺼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 장점들을 전부 어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옆 지원자들이 춤추고, 트로트 부를 때 저는 꿈틀대는 본능을 간신히 절제했습니다. 진중하면서도 재치 있게 대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합격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저만의 방법을 제 안에서 찾아왔듯이 여러분도 수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여러분만의 진정한 답을 찾아가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나만이 가진 매력을 찾아서 꾸밈없이 진중하게 면접에 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멋져 보이고, 예뻐 보이게 말하려는 사람이 많은 아나운서 면접장에서 진중함이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지하기만 하면, 고루해 보일 수 있으니 반전 장기를 살짝 보여준다거나 약간의 위트를 보여주시면 더 좋겠죠.
책에서 본 내용인데, “빨주노초 색의 화장실 문이 있다면 어느 칸으로 들어가겠느냐?”라는 질문에 다들 색깔과 관련된 얘기만 늘어놨다고 합니다. 그중 한 명이 “노크해보고 사람이 없는 곳에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이렇듯 면접 질문들을 곱씹어보면 답이 없는 질문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번 2016 MBC 공채 3차 면접 첫 질문도 이것이었습니다. “30대 되니까 기분이 어때요?”
명쾌하게 답을 잘하는 사람도 좋지만, 약간 어눌해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질의응답’보다는 면접관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거죠. 말투, 평소 쓰는 언어 습관, 표정, 제스처 등이 복합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너무 정답만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합격 수기를 서류 접수부터 최종 면접까지 각 전형 별로 정리하려다가 제 경험과 느낌 위주로 작성해봤습니다. 이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인데,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은 전형 별 팁을 더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글 끝에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죽도록, 독하게, 꾸준히 노력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6년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계속 안 되길래 이번에 마지막이란 각오로 생애 첫 고구마 다이어트에 도전했습니다. 4주간 1일 1식 하며 7kg 정도 뺐는데 외형의 변화도 효과적이었지만, 저 자신을 다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하나씩 목표를 정하세요. 그리고 될 때까지 도전하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
< 1차 전형 - 서류, 동영상 >
자소서는 질문 하나에 모든 걸 넣으려 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 미사여구보다는 나만의 이야기 담기.
동영상은 본인의 꾸밈 없는 진정한 모습 담기. 본인의 특장점을 살려서 자신 있는 것만 하기.
< 2차 전형 - 카메라테스트 >
리딩 전후에 인사하기. 가볍지 않게 2초 정도 정중히 인사하기 (이후 면접에서도 마찬가지. 매우 중요)
편안한 표정, 톤, 분위기, 이미지가 중요! 오독 같은 작은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전체적 느낌에 집중.
밝은 내용의 MC 원고가 아니라면 억지로 웃지 말기. 입꼬리만 살짝 당겨 편안한 표정으로 임하기.
< 3차 전형 - 작문 & 면접 >
작문 주제 : 자신의 경험담 중 가장 기적적이었던 일.
할머니의 치매를 고치는데 효과를 봤던 사랑표현, 꽃놀이, 여행, 사진 촬영 등의 경험들을 기술.
MBC 복면가왕을 패러디한 가상 프로그램 MBC 복면특강의 강연자 관점에서 기술.
실무 면접 : 답을 필요로 하는 질문보다는 대화를 끌어내려는 느낌을 받음. 꾸며진 답변보다는 솔직한 말을 하는 게 나을 듯. 편안한 대화가 이어지면 평소 말투나 말버릇이 나오기 때문에 그걸 보고 평가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음. 뉴스, MC는 대본을 주셨고 라디오, 중계 등은 대본 없이 시키심.
< 4차 전형 - 최종 면접 >
최종 면접에서 방송 실무 능력을 보신 적도 간혹 있었지만, 거의 없음. 인성, 시사, 상식 질문 위주.
압박, 꼬리 질문에 당황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한 후에 차분히.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고 간단명료하게. 너무 준비한 듯한 멘트보다는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편안하게. 어른들 면접이라는 걸 잊지 말고, 끼를 보여주기 보다는 진중하고 예의 있게. 무리수보다는 안정적으로.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