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BS 아나운서로 합격한 이혜성 양이 소중한 합격 후기를 보내왔습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후기를 읽어보니 혜성 양이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치열하고 성실하게 준비해왔는지 대견함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노력의 시간만큼 노력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후기 인것 같아요. 혜성 양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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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과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어떤 일에 도전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도전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엄청난 수치로 나타나는 경쟁률에서 압박감을 느끼고, 과연 내가 정말 이룰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에 빠질 때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누구보다 그런 감정들을 느끼며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사람으로서 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처음 아나운서를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학원에 와서 상담을 했었는데 당시 000 선생님께서 저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저의 가족들 주변 친구들은 처음엔 제가 아나운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조차 그렇게 믿지 못했으니까요. 자신감도 없고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지만 그냥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때는 아나운서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보다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이 당시를 회상했을 때 후회는 남지 않도록 도전은 해보자 이런 생각이 강했었죠.
일단 살을 빼야하는 다이어트가 시급했습니다. 다이어트를 통해서 얼굴 이미지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계속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여름방학이 시작하면서부터는 헬스장에 피티를 등록해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하고 철저한 식단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운동으로 매일 지쳐있는 몸으로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기출문제를 사서 푸는데 너무 어려워서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도서관에서 기출문제를 세권 째 풀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거 한국어 시험 때문에 원서 지원도 못해보고 탈락하는 거 아닐까……. 그런 두려운 생각이 드니까 서점에 달려가서 기출문제를 있는 대로 다 사서 풀기 시작했고 이론서 책도 외우고 문법 어휘 달달 외우면서 하루에 2시간정도씩 매일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99.8%의 성적으로 1급을 받고 kbs사장님의 직인이 찍힌 성적우수상장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학원에서 배운 뉴스 발성 연습을 하기 위해서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기숙사 비상구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 뉴스를 읽고, 시끄러운 카페에도 자주 가서 큰소리로 기사를 읽으며 실기 연습을 했습니다.
드디어 원서접수를 하고 1차 카메라 테스트를 보기 하루 전날, 학원에서는 카메라 점검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저도 당연히 점검을 받고 싶어서 학원에서 기다리는데, 전날 학원에 모인 많은 학생들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 눈에 다른 학생들은 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화려해보였습니다.. 그 분들 사이에서 화장도 하지 않고 옷도 캐주얼하게 입고 온 제가 너무 초라해보였습니다. 자신감은 더 떨어지고 아나운서는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카메라 테스트 전날 학원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아내고 그대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테스트 당일, 대기장에서도 역시 화려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지만 오히려 마음이 담담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편하게 경험해보고 온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선생님들도 놀러 다녀온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말 실전은 오히려 연습처럼 편안히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그런 제 모습을 읽어주셨는지, 뉴스를 읽는데 한 분이 웃으시며 정말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주셨습니다.
그렇게 카메라테스트를 통과하고,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데는 정말 고시생처럼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쏟았습니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시사와 방송학개론 공부에 쏟았습니다. 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공부했습니다.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온 것처럼 임했습니다. 저에게는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소중한 기회였고, 그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2주 간의 시간동안 일반 시사 상식 한 권을 사서 보고, 월마다 나오는 시사잡지를 사서 외우고, 방송학개론 책 한권을 통독하고,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상식과 방송 관련 내용들도 노트에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내용을 숙지했습니다. 논술을 위해 000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언론고시생을 위한 참고서도 봤습니다. 또 그 동안의 시사교양 기출문제를 모조리 풀어보고, kbs와 연관된 ebs 교양 채널 프로그램까지 챙겨봤습니다.
이렇게 공부했는데도 시험엔 제가 공부한 내용에서는 한 30%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핀트가 좀 어긋났던 것이죠. 그래도 공부했던 내용이 워낙 많았던지라 어렵게 겨우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실무 면접. 선생님들께서 한 분 한분 시간을 내주셔서 각자의 조언을 해주셨고, 예상 질문을 해주시면서 답변을 준비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자기소개서 내용도 분석해주셨고, 그에 따라서 어떤 질문이 나올 수 있는지 예상 질문을 추려주셨는데, 제가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신 내용들을 취합해서 혼자 면접 질문 및 그에 대한 답변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보니 25장 정도가 나왔습니다. 면접 대비를 위한 논문 한편을 쓴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가능한 모든 질문들에 준비를 하고 싶었습니다.
실무 면접 때에는 제가 준비한 질문들과는 좀 다른 색다른 질문들도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점이 오히려 저의 서투르지만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최종면접 때에는 가장 편안하게 임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마음을 편히 갖고 이미 결과가 나와 있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해주셨고, 저도 그렇게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면접 당일에는 인사를 열심히 하고, 남들이 하지 않았던 호텔 인턴이나 음식점 아르바이트 등의 여러 경험들을 통해 저만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아나운서 경력이 없고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렸습니다. 약점을 제가 먼저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적극적이지만 겸손하고 부족함을 아는 태도로 임했습니다.
드디어 모든 과정이 끝나고 결과를 기다릴 때에도 정말 모든 선생님들께서 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너무나 분에 넘치는 이 결과를 몇 개월 동안 함께 고생해주신 선생님들께 보답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도 곧 좋은 결과가 나오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