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찾아서 인사드리는 선배들 보면서 ‘나는 언제쯤 후기를 남길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부러워했던 게 어제 같은데,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올해 여름 동아미디어그룹 DNA인턴 활동(방송기자)을 마치고 연이어 채널A 공채에 지원했던 만큼, 지난 7월부터의 일정은 숨 막혔습니다. 부족한 저를 다독이고 가르쳐주신 이정애 원장님, 전진영 선생님, 변순복 선생님, 문희정 선생님, 정혜정 선생님, 곽민영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 서류 전형
최대한 진솔하게 적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자기소개서에 거짓말을 적으면 결국 실무평가에서 다 드러납니다. 유려한 글 솜씨로 엄청 뛰어난 인재인 것처럼 포장하기보다는, 조금 부족하고 서툴러도 솔직하게 썼습니다. 또 각 항목들을 최대한 취재기자 직무와 연관 지어서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채널A 인턴을 했으므로 그 경험을 최대한 끄집어내서 적었습니다.
2. 필기 전형
저는 논술, 작문 스터디 경험이 없습니다. 또 ‘한터’와 같은 언론고시 학원도 다녀본 경험이 없습니다. 필기 전형은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제가 이 항목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피땀 흘려 원고지를 작성하고 퇴고 연습 하는 후배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필기시험을 통과한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학교 수업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방송학과가 아니라 저는 국제관계학, 역사학을 전공했습니다. 흔히 논술과 작문을 쓰는 스킬도 중요하지만, 글을 채울 글감도 중요하다고 하죠.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글감이 채워졌던 것 같습니다.
3. 실무평가 전형
과목은 라이브테스트, 시사상식, 현장르포 기사 작성, 3분 스피치, 데드라인 테스트, 부장단 면접, 실무 면접, 집단토론, 동료평가. 이렇게 총 9개 과정으로 나눠서 3일간 진행됐습니다.
라이브테스트의 경우 ‘현장에 나가있는 OOO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OOO 기자, 지금 상황 설명해주시죠’, 이런 형태의 현장 중계 테스트를 보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태풍 솔릭이 북상하고 있는 상황이 주어졌고, 3분간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시험장에 투입됐습니다. 다른 동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등 다양한 상황이 주어졌습니다. 꼭 최근에 일어났던 이슈만 상황으로 던져주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역할을 맡은 선배가 즉석에서 돌발 질문도 던졌습니다.
시사상식은 모두가 아시는 그 유형입니다. 단답식, 오지선다형, 약술형이 있었습니다. 약술형의 경우 특정 주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고, 본인의 의견을 짤막하게 작성했습니다. 제가 다른 언론사 상식시험을 치러본 경험이 없어서 특이사항을 말씀드리기 한계가 있습니다만, 기무사 논란, 일대일로, 실버민주주의 등 2017년부터 화제가 됐던 이슈를 분야 상관없이 출제했습니다. 현장르포 기사의 경우 특정 제시어를 던지고 각자 기사 주제를 나름대로 생각해서 현장을 취재해 오는 과정입니다. 방송기사 리포트 형식(앵커멘트 포함)으로 2분 분량의 완성된 르포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올해 제시어는 ‘CCTV’였고 저는 ‘재개발예정지구의 CCTV 무용지물 논란’이라는 주제를 잡아서 작성했습니다. 제한 시간은 4시간가량이었고 현장 취재 시간에는 핸드폰 사용이 허락됐지만, 취재 동선보고서와 기사에 쓰일만한 사진 5장을 메일로 보내게 했습니다. 단 회사로 복귀해 기사를 작성할 때는, 오로지 기자수첩에 적힌 내용만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준비한 노트북에 작성했고, 인터넷은 차단됐습니다.
3분 스피치는 두 개의 무작위 단어를 들고 즉석에서 스피치를 하는 것이며 완전 자유형식입니다. 데드라인 테스트는 한국은행의 ‘2017년 북한 국내총생산(?)’ 보도 자료와 중국 해관총서의 자료, 그리고 익명 통신원의 보고 등 자료를 줬습니다. 두 개의 리포트를 작성하게 했고 주제는 자유였습니다. 부장단 면접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진행됐습니다. 실무면접의 경우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질문, 그리고 즉석 질문으로 진행됐으며 상당한 압박 면접이었습니다. 실무면접에서 눈물을 보였던 지원자도 더러 있었습니다. 실무면접 종료 후 인사팀 관계자가 ‘비합리적인 상황에 던져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려는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집단토론은 30분 정도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5명 혹은 6명의 조를 짰고, 각 조에서 2명 혹은 3명으로 찬반을 나눠서 토론했습니다. 저희 조가 맡았던 주제는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주제는 BMW에 대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하는가 등, 다소 일반론적인 질문이 나왔습니다. DNA인턴 기말평가 당시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 살이 적절한가’ 등 상당히 시의성이 높은 주제가 나왔던 것과 대비됐습니다. 동료평가는 마지막 시간에 진행했습니다. 23명 지원자의 장단점을 작성하게 했습니다.
4. 최종면접
임원진 4분이 나오셨습니다. 시간은 15분으로 진행됐고, 첫 질문은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에 기반을 둔 질문을 연이어 물어보셨고 지원자 개인 특성에 맞춘 즉석 질문도 던지셨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실무평가 회식 자리에서 ‘중국전문기자’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중국과 미국간 무역 전쟁이 한국에 끼칠 영향이 무엇일 것 같나’ 등 중국 관련 이슈를 물어보셨습니다. 그 외에 ‘기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등 일반론적인 질문도 하셨습니다. 합격 여부는 다음날 문자와 전화로 통보됐습니다.